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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 지상에서 천국처럼- 9월 29일 연중 제26주일
 문규현  | 2013·09·28 22:46 | HIT : 3,791 | VOTE : 686

지상에서 천국처럼

2013년 9월 29일 연중 제26주일

아모스 6,1ㄱㄴ.4-7 / 티모테오 1서 6,11ㄱㄷ-16 / 루카복음 16,19-31

 

지상의 삶을 마치기 전, 죽음을 앞둔 이들의 마지막 모습은 어떨까요. "살던 대로 갑니다.”  

인간의 마지막 모습을 많이 지켜본 이들은 이렇게 답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평소에 살던 모습과 성품대로 세상 하직도 그렇게 한다는 겁니다.  

여러분 집 문밖에 라자로, 라자로들이 있어요. 종기투성이 몸뚱이로 거동도 제대로 못하고, 집 앞에 누워 먹다 남은 거라도 간절히 바라는 라자로 말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대부분은 문단속 하고, 구청 시청에 ‘정비’해달라고 민원 넣겠지요?  

이렇게 대문 안에 있는 안락한 사람들, 대문 안에서만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은 그게 경건하고 품위 있는 세상이라고 믿으며 하느님께 기도하겠죠. 더 잘 살게 해주세요, 죽어 천국 가게 해주세요, 영원한 안식을 얻게 해주세요...  

라자로는 죽어 아브라함 곁으로 갔습니다. 제 아무리 호의호식을 누리는 부자라도 죽음을 피할 순 없습니다. 오늘 복음의 부자는 이승에서와는 달리 저승에서는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아하 잘못 살았구나!” 저 멀리 아브라함 곁에 있는 라자로를 보고 부자는 이승에서의 삶을 뼈저리고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그러나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이미 저승입니다.  

부자는 아브라함에게 라자로를 지상으로 보내 다른 사람들은 자기처럼 살지 않게 경고해달라고 간청합니다. 아브라함은 단호히 거절합니다. 평상시에 예언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사람들인데 누구 말인들 듣겠냐는 겁니다.  

오직 자기자리만 돌보는 사람들이, 예언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죽어 떳떳하게 하느님을 대할 것이며 하느님 품에 안길 것을 기도할 수 있습니까.  

천국은 이미 지상에서부터 만들어져야 합니다. 죽어 좋은 곳 갈 것을 생각하려면 살아 있을 때 잘하고 잘 살아야 하는 겁니다. 잘 산다는 것은 사랑이고 나눔입니다.  

무력한 정의, 외로운 평화, 나눔 없는 공동체, 그것이 저 불쌍한 라자로입니다. 쌍차 해고노동자들, 밀양 할매할배들, 강정 주민들과 구럼비는 이 시대의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라자로들입니다. 정의와 자비에 허기질대로 허기진 사람들, 사람들이 꺼려하고 부담스러워하며 피해가는 라자로들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겐 라자로입니다. 존중과 정의가 작동하지 않는 사회에선 나보다 더 부자인 사람, 나보다 더 높고 나보다 더 힘센 사람들 기준으로 볼 때 그보다 더 하찮은 라자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곧잘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조롱하는 자가당착에 빠집니다.  

라자로들이 누리는 유일한 ‘부’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라자로들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정의입니다. 여기 대문 밖 라자로들은 믿습니다. 대문 밖이 천국이라고요. 사랑과 정의, 나눔과 자비가 있는 곳에 하느님이 계시니까요. 서로 돕고 연대하면서 그리스도 안에 우리가 같이 살아있음을, 또 살고 있음을 고백할 수 있으니까요.  

강정에 예수회 85세 미국인 빅스 신부님이 오셨습니다. 쿠바가 고향이라는 친구 힐벨토 스님도 함께 오셨습니다. 빅스 신부님은 38년을 평화활동가로 지내오셨고, 핵잠수함에도 들어가고 해서 수차례 투옥에 감옥살이도 꽤 하셨답니다. 빅스 신부님은 함께 공사장 정문 앞에 앉아 기도 하고 강정 댄스도 췄습니다. 신부님은 강정에 오니 사는 맛 난다고, “신명난다!”고 하십니다.  

삶과 죽음, 생명과 죽음은 하나입니다. 지상에서 천국처럼!  

- 문규현 신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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