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현 바오로 신부::또다른사색들
 >성찰 > 또다른사색들 

TOTAL ARTICLE : 460, TOTAL PAGE : 1 / 31
구분 묵상 |
묵상 : 외부세력, 소외세력에서 하느님 나라를 보시다-10월 13일 연중 제28주일
 문규현  | 2013·10·12 22:56 | HIT : 3,609 | VOTE : 701

외부세력, 소외세력에서 하느님 나라를 보시다

2013년 10월 13일 연중 제28주일 묵상

열왕기 하 5,14-17 / 티모테오 2서 2,8-13 / 루카복음 17,11-19 

이번 주일 복음에서는 ‘착한 사마리아인’(루카 10,29-37)에 이어 ‘믿음의 사마리아인’이 등장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예수님께선 당대 이스라엘 사람들과 달리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사마리아인들을 대하고 이해하고, 또 관계를 맺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선 사마리아 사람들을 구원과 믿음의 표상으로 치하하셨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 자신이 유다인들로부터 우리가 당신을 사마리아인이고 마귀 들린 자라고 하는 것이 당연”(요한 8,48)하다는 비난까지 받으셨습니다. 당시로서는 당신은 외부불순세력이요 종북세력이며 빨갱이라는 낙인과 같은 말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 구원의 기쁜 소식이 춤을 추고, 하느님 나라 소식이 만방에 희망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수님을 진실하게 믿는 신앙이라면 ‘외부세력’과 내부세력을 구별하려는 태도, 공동체적 구원을 외면한 개인구원에만 관심 두는 태도, 경상도 전라도 나눠서 적대시 하는 태도 따위를 아주 아주 창피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온 세상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를 매일 매일 고백하고 다짐하는 교회에는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존중은 존재할지언정, 피조물 사이의 우열이나 차별이나 배타적 태도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에게 사마리아인들은 단순히 그냥 싫은 이웃 이상이어서, 나보다 못나고 열등한 사람들로 혐오하고 깔보는 대상이었습니다.  앗시리아에 점령당한 뒤 소위 순수혈통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민족’ 사회가 되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의 대화를 통해 이런 상황을 압축적으로 전합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까?” 사실 유다인들은 사마리아인들과 상종하지 않았다.’(요한 4,9)  

그래서 예수님도 열두 제자를 처음 파견하실 때는 “사마리아인들의 고을에도 들어가지 마라.”(마태 10,5) 이르셨습니다. 루카복음과 요한복음은 다른 증언을 합니다. 복음 선포 영역을 확대하면서 예수님께서 대놓고 사마리아 지역으로 오가시며 그 지역 사람들과 만나셨다는 겁니다.  

사마리아 사람들도 처음엔 유다인인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분께서 자신들을 직접 찾아주시고 허물없이 품어주시고, 그들의 믿음마저 거리낌 없이 인정해주시니, 받아들이고 찬양하고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병환자 열 사람이 예수님께 와서 치유 받습니다. 그런데 그 열 사람 중에 다시 돌아와 예수님께 감사와 찬양을 바친 사람은 오직 사마리아 사람뿐이었다 합니다. 이중삼중 몇 겹씩 고통 받는 사람이 그만큼 깊이 하느님을 만나고, 그만큼 크고 기쁘게 하느님을 찬양하기 마련입니다. 또 하느님 나라의 뿌리는 소외당하는 사람들 속에서 굵어지고 깊어짐을 보여줍니다.  

밀양 관련 올린 글에 어떤 분이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왜 신부 수녀들이 밀양에 가 있습니까? 목마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자주 듣는 말이지만 그래도 이런 말은 가슴 아픕니다. 신부 수녀들을 비난해서가 아니라, 우리 신앙 폭이, 심장의 온기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걸까 싶어서요.  

밀양 사람들은 목만 타는 게 아니라, 불의라는 뜨거운 불에 지금 타들어가는 중입니다. 마실 물 뿐 아니라 당장 불을 꺼줄 물이 필요하고, 몸과 마음의 상처를 달래주고 위로할 사람까지 긴급하게 필요합니다. 육신적 고통 뿐 아니라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적 폭력, 힘없는 사람들의 비애까지 무겁게 감당해야 하는 그들 처지는 몇 배나 힘든 나병 환자 사마리아인의 고통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용산참사로 5명의 무고한 주민과 1명의 경찰관을 잃었습니다. 권력놀이에 미친 공권력, 돈에 중독되어 이웃을 배척하고 이웃의 비명에 둔감한 이기적인 사회가 만든 참사입니다. 용산참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밀양으로 달려가 뭐든지 해야 합니다. 아니 앉은 자리에서라도 뭐든 해야 합니다. 예수님 따라서 새로운 차원에서 관계 맺기를 하고 새로운 사회와 하느님 나라를 일구는 겁니다.  

사실 나병이 상징하는 것은 이 사회가 앓고 있는 각종 중병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 중병을 치유해 주십사 예수님께 집단 하소연해야 합니다. 동상일몽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가 치유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더불어 희망을 잃지 않는 데 대한 예수님의 응답은 확실합니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 문규현 신부 드림 

 

 

 

 

  
N 묵상   문규현신부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  관리자 08·08·30
459 묵상   2014 대림피정 파견미사 강론 '한없이 신비로운...'  문규현 14·12·05
458 묵상   세월호 참사 전북범도민촛불행동 여는 말  문규현 14·06·08
457 묵상   에코 피정 파견미사 강론-2014년 5월 25일  문규현 14·05·28
456 묵상   밀양 가르멜 수녀원 미사 강론-2014년 5월 14일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문규현 14·05·26
455 묵상   부활대축일 기도 - 2014년 4월 19일  문규현 14·04·19
454 묵상   3월 24일, 전주 시국미사 강론 전문  문규현 14·03·26
453 묵상   그대가 희망입니다. 그래도, 그래도 희망입니다-11월 24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  문규현 13·11·23
452 묵상   증언할 기회”에 증언하라-11월 17일 연중 제33주일  문규현 13·11·17
451 묵상   '우주순례, 한없이 경이로운...' 파견미사 강론-11월 10일 연중 제32주일  문규현 13·11·11
450 묵상   '핵발전과 생태민주주의'-제 11차 아시아-태평양 NGO 환경회의 기조연설  문규현 13·11·02
449 묵상   ‘우리가 바리사이’라고 고백함-10월 27일 연중 제30주일  문규현 13·10·26
묵상   외부세력, 소외세력에서 하느님 나라를 보시다-10월 13일 연중 제28주일  문규현 13·10·12
447 묵상   그래도 믿고 그래도 희망하고-10월 6일 연중 제27주일  문규현 13·10·05
446 묵상   지상에서 천국처럼- 9월 29일 연중 제26주일  문규현 13·09·28
1234567891031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GGAMBO

 



Copyrights(c) 2003 paulmun.or.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