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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 ‘우리가 바리사이’라고 고백함-10월 27일 연중 제30주일
 문규현  | 2013·10·26 21:00 | HIT : 3,751 | VOTE : 750

‘우리가 바리사이’라고 고백함

2013년 10월 27일 연중 제30주일

집회서 35,15ㄴ-17.20-22ㄴ / 티모테오 2서 4,6-8.16-18 / 루카복음 18,9-14

 부안 핵폐기장 유치 반대 때 전경으로 배치되었었다는 분을 강정에서 만났습니다. 저랑 대치도 했답니다. 다른 동료전경들 틈에서 자기 나름으로 저를 보호한다고 애썼다는군요. 지금은 천주교 수사신부님! 강정에서 경찰폭력에 함께 몹시 시달린 뒤 저녁 때 술 한 잔 걸치다 오간 얘깁니다. 얼마나 놀랍고 감사하고 즐거움 넘치는 만남이었겠습니까! 전경 시절 그 마음도 고맙고, 수사신부가 되어 강정에서 만난 것도 고맙고.  

온갖 조롱과 폭력에 시달려도, 그냥 길바닥에 주저앉아 미사를 올려야 하는 아픈 시간에도, 무력감과 막막함, 서러움이 밀려와도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건, 하느님께서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위로하고 일으켜 세워주시기 때문입니다. 

가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오가는 얘기들을 들여다봅니다. 와글와글, 이 나라 의인들은 다 여기 모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한문 미사든 부정선거 규탄대회든 뜨거운 가슴들로 꽉 찰 것 같고, 국민들 분노와 저항에 박근혜 하야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할매할배들 곁으로 줄지어 달려간 고마운 도시분들 덕분에 밀양에서는 한전과 경찰이 밀리고, 강정 경찰도, 대한문 경찰도 감히 저토록 포악스럽게 행패를 부리진 못할 것 같습니다. 소통 잘 하고 가슴 따뜻한 사람, 용감한 사람들이 그토록 많음에 놀라기도 합니다. 

헌데 인터넷 바깥세상은 어떻습니까? 악의 기세는 더욱더 공고해지고 불의는 치명적 바이러스 퍼지듯 창궐하는 중입니다. 고통 받는 사람들은 더 많아지고 그들의 슬픔과 한은 끝없이 깊어 갑니다. 

이번 주일 복음에서 예수님께선 바리사이와 세리의 기도하는 태도를 비교하시며, 바리사이처럼 되지 말라 가르치십니다. 사실 예수님하고 자주 충돌하는 바리사이 사람들은 겉보기엔 결코 나쁜 사람들이 아닙니다. ‘바른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깍듯하고 반듯한 사람들이고,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는 경건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선 심지어 제자들에게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마태 5,20)이라고 못 박기도 하셨던 겁니다. 바리사이들을 추락시킨 건 바로 이런 자부심입니다. ‘스스로를 의롭다고 자신하며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겼기에 예수님과는 사사건건 맞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선 이들을 “위선자!”(마태 22,18)라고 질타하셨습니다. 

하느님께 선택받은 사람임을 자부하는 바리사이는 ‘입’으로 기도합니다. 바리사이가 업신여기는 세리는 ‘가슴’을 치며 온몸 온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바리사이는 형식과 의례를 바칩니다. 세리는 온 존재를 내맡깁니다. 바리사이는 제 스스로 옳다고, 하느님의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판단합니다. 세리는 자신이 아닌 오직 하느님이 기준입니다. 하느님께 간구하고 하느님의 자비만을 청합니다. 오죽하면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쳤겠습니까. 

‘입’을 움직이는 사람은 많으나 ‘가슴’이 요동치는 사람은 적은 것, 자신은 꿈쩍하지 않으면서 남에게는 용감해질 것을 요구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자신은 책임 있게 나서지 않으면서 남을 향한 질타는 많은 것, 온라인에서만 부산하고 현실세계의 만남과 변화에는 소극적인 것, 자선도 이만큼, 의로움도 이만큼, 나눔도 이만큼 하면 적당하다고 스스로 규정하는 사람이 많은 것... 

어찌 보면 이런 모습들이 이 시대 바리사이들 같은 면면들 아닐까요. 그래서 생명평화도, 민주도 인권도, 하느님 나라도 더디 오고 있는 건 아닐까요. 

교종 프란치스코께서는 현 세대가 타인의 고통에 익숙해지고 연민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하십니다. 우리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죄임을 알아채는 감각일 것입니다. 죄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는 것. ‘나 자신이 바로 바리사이’라고 고백할 수 있음이야말로, 그 죄에 빠지지 않거나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희망적인 신호입니다. 세리의 절절한 가슴으로 기도합니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 문규현 신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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