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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 증언할 기회”에 증언하라-11월 17일 연중 제33주일
 문규현  | 2013·11·17 00:36 | HIT : 3,759 | VOTE : 723

 

“증언할 기회”에 증언하라

2013년 11월 17일 연중 제33주일

말라키 3,19-20ㄴ/ 테살로니카 2서 3,7-12 /루카복음 21,5-19 

“우리 세대는 악한 자들의 증오 가득한 말과 행동 뿐 아니라, 선한 자들의 소름끼치는 침묵 또한 회개해야 합니다.” - 마틴 루터 킹, ‘버밍햄 감옥으로부터의 편지, 1963’

알라바마 주 버밍햄에서 흑백 분리 철폐운동을 하다 킹 목사가 감옥에 갇혔습니다. 그러자 8인의 버밍햄 백인목사들이 킹 목사를 비난하는 글을 지역신문에 기고했습니다. “운동은 법적 테두리에서 해라, 버밍햄 일은 버밍햄이 알아서하게 해야지 왜 외부인이 와서 시끄럽게 하느냐. 경찰은 질서유지를 잘했다”는 내용이었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아주 익숙한 비난입니다.  

킹 목사는 백인목사들의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합법과 비합법의 의미에 대한 장문의 편지를 감옥에서 썼습니다. 그 중 많이 알려진 한 대목은 이렇습니다.  

"독일에서 히틀러가 저지른 일들도 모두 합법적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라" 

이번 주일 복음에서 예수님께선 ‘종말론적 상황‘을 언급하시며 제자들에게 행동지침을 주십니다. 세상이 뒤집히는 것 같은 불안한 상황, 그리스도 제자들에게 가해지는 극도의 탄압, 이 관계 저 관계들이 대립하고 파탄 나는 상황 등등, 기존질서와 개념이 다 붕괴되는 ‘파국의 날’에 어찌 처신할 것인가에 대해서입니다.  

예수님의 이 가르침은 예수님과 예수님 제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시련과 고통을 말합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가고 계신 길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런 상황은 도리어 격화되고 악화되리란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왜 박해를 받으셨겠습니까? 당대 법질서 밖에 계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신앙 공동체는 태생적으로 시끄럽고 소란스러우며 세상과 불화를 겪으며 태어났습니다. 고난과 박해는 메시아를 알아보는 사람들, 깨어있고 움직이는 사람들, 시대의 소명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특권입니다. 세상일에 둔감하고 냉랭하며, 기존질서에 안주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긴박감이 있고 시련이 있겠습니까. 소리치지 않는 사람은 메아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할 것이다.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기고, 내 이름 때문에 너희를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고 갈 것이다.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예수님께선 제자들이 예수님 이름 때문에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려 나가는 상황이 오히려 제자들에겐 “증언할 기회”가 되리라 하십니다. 킹 목사는 그래서 “증언할 기회”를 얻었고 옳게 증언했고, 위대한 역사적 전환을 이뤄냈습니다.  

킹 목사를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흑백차별주의자들이 아니라, 합리성과 합법성, 인내와 고상함으로 포장하여 악인들에게 힘을 실어준 성직자들이었습니다. 유대인 학살도 합법적으로 이뤄졌고, 합법이라는 외피를 용인하고 침묵한 수많은 지식인들과 군중 때문에 가능했음을 킹 목사는 지적합니다.  

지금 이 나라에서 ‘법’의 이름으로 집행되는 많은 상황들이 얼마나 불법적이고 탈법적입니까.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 할 수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말 그대로 쑥대밭 되었습니다.  

“선한 자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을 회개함과 동시에 우리에게 주어진 “증언할 기회”를 살피십시오. 이는 예수님께서 주시는 각별한 선물입니다. 그분께서 이 시대에 우리 각자를 불러 세우시는 ‘증언의 기회’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증언자 되기를 수락할 마음과 의지가 있습니까? 말라키 예언자를 통해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의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라.” 

- 문규현 신부 드림 

밀양에서 수녀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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