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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 2009년 4월 12일 예수부활대축일에
 문규현  | 2009·04·11 01:23 | HIT : 5,536 | VOTE : 307

2009년 4월 12일 예수부활대축일에


 

축하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부활을 함께 축하합니다.


누구보다도 그리스도 부활 소식 속에 용산참사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이 가장 큰 용기와 희망을 얻는 날입니다. 부당하고 억울하며, 무고하고 안타까운 모든 희생과 죽음들 또한 반드시 위로받고 진실을 얻게 되리라는 신념을 거듭 세우는 날입니다. 실직이나 경제적 빈곤으로 고통 받는 이들, 정의와 평화를 위해 일하며 박해받는 이들, 영혼의 외로움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그 모든 아픔과 시련의 시간에는 끝이 있으며 승리와 새 생명을 누리게 될 것임을 확신하는 날입니다. 사랑하고 섬기며 나누는 일에 헌신하는 모든 이들이 그리스도의 부활 소식 속에 더 큰 신명과 낙관으로 충만케 되는 날입니다.


부활이란 죽음을 이기고 생명을 얻는 것입니다. 어려움 끝에 좋은 날을 보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생명만 있으면 부활이란 단어는 있지도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만 있으면 행복은 행복이 아닐 것입니다. 부활축제의 신명은 이를 이루기까지 지나온 모든 길에 대한 인정과 축복입니다. 시련, 고난, 고통, 상처.... 듣기만 해도 가슴 아픈 이 말들조차 다 이유가 있었으며, 고맙기 짝이 없는 것이었음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부활의 기쁨을 누리고 행복한 삶을 이루는 데는 고속도로처럼 직선 길, 질주하는 길은 없습니다. 굽이굽이 곡선과 나선, 좁아졌다 넓어졌다를 반복하는 과정이며, 때로는 가도 가도 거기가 거기인 듯 미로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 오체투지로 절대순종 절대순명 하셨던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공생활 시작과 수난, 죽음과 부활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에는 크고 작은 숱한 사연과 사건들,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박해하는 사람들, 질시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거부하고 쫒아내는 사람들, 배신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 혹독하고 고된 길을 이기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자신을 세상에 보내신 이유인 인간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헌신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길을 믿어주고 따르던 이들이 내어주는 마음과 손길을 통해 힘을 얻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부르심에 무작정 따라나선 제자들 / 아픈 친구를 들것에 누여 예수님께 내려 보내어 그분을 감동시켰던 병자의 친구들 / 예수님을 모시어 따뜻한 밥상을 내어드린 사람들 / 마실 물이나 잠자리를 내어드린 사람들 / 그분을 따르며 말씀을 듣고 힘을 불어넣어준 여인들 / 치유를 맛보고 예수님을 알리러 세상으로 달려 나간 사람들 / 예수님이시라면 분명 낫게 하실 수 있다며 오직 믿음 하나로 매달렸던 사람들 / 예수님 얼굴이라도 보겠다고 말씀 한 마디라도 듣겠다고 나무에 올라서고 따라다니던 사람들 / 예수님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준 베로니카 / 예수님 죽음을 앞두고 그분께 향유를 부어 축성한 여인 / 예수님 십자가를 대신 지어준 시몬 ....


행색 초라한 노숙인과 다를 바 없어 오체투지 기도순례단은 종종 사람들에게 거부당합니다. 쉴 자리나 식사 자리를 찾다가 주인의 거부와 항의를 만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리를 잡았다가도 다시 일어나야 하고 적당한 곳을 찾아 헤매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에 공주 어느 길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국도변 넓은 휴게소 주차장 끄트머리에 조심스레 밥 차를 세웠는데 그곳 식당에서 한 여성이 뛰어나와선 차 빼라고 난리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 아래쪽 풀숲으로 이동해 차를 다시 세웠는데 그마저도 난리였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한 우리를 탓하며 이해를 구하고 해서 어찌어찌 앉아있을 순 있었는데, 그 바람에 식사시간이 지체되었습니다. 밥을 기다리는데 우리가 안 돼보였는지 길 건너편 평화동 성당 식구들이 자기들이 싸온 것들을 날라다주어 전채요리마냥 맛나게 입맛을 돋우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쪽저쪽 사이에 난 좁은 길로 큰 트럭이 들어섰습니다. ‘정화조 청소’차. 물론 재래식화장실 냄새가 다분히 났습니다. 별별 것이 다 지나가네 하며 웃는데, 그 차가 잠시 멈추는 듯 했습니다. 제 쪽에서 운전자는 안 보였습니다. 아마 저이도 또 한 소리 하는갑다, 오늘 점심에는 설상가상이구만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저쪽 자리에 앉아 있던 이에게 정화조 차량 운전자의 말이 무엇이었는지 들었습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했다는 것입니다.


피해가고 인상 찌푸리게 마련인 정화조 차량 운전자, 그는 그 짧은 순간 따뜻한 말, 생명의 말을 순례단에게 선물하였습니다. 넓은 휴게소를 쓰는 깔끔한 차림의 식당여인과 오물을 가득 담은 정화조 차량 운전자, 그들의 행동은 겉모양과는 달랐습니다. 예수님께서 수난에서 부활에 이르셨던 그 여정에는 정화조 차량 운전자와 같은 이들의 연민과 마음이 카펫처럼 깔려있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부활의 언어는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그것들이 서로에게 힘을 북돋고 생명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존재를 품격 있게 하고 용기와 희망을 불러옵니다. 그것이 사람의 길이고, 생명과 평화의 길입니다. 우리는 매 순간 식당여인이 될 것인지 정화조 차량 운전자가 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 작은 선택들이 우리 자신을 만들고, 서로를 만들고, 가정을 만들고, 사회를 만듭니다.


오늘 부활대축일에 오체투지 기도순례는 지난 해 지리산에서 출발한 지 69일째를 맞습니다. 한 배 한 배 절하며 이백 수십 킬로미터를 왔습니다. 한 배 한 배, 한 걸음 한 걸음이 소중하고 시작이 반이듯이,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합니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내가 곧 세상’입니다. 이기심에서 이타심으로, 두려움에서 용기로, 상처에서 치유로, 혼자에서 여럿으로, 돈 중심에서 존재 중심으로, 냉담에서 손길로, 말에서 행동으로, 불의가 정의로, 어둠이 빛으로, .... 이것이 부활입니다. 우리를 작게 만들고 고립시키고 형편없게 만드는 모든 것들에 맞서고 이겨나가는 것, 이것이 부활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통해 이 모든 것의 전형과 절정을 보여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그리스도의 부활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며, 더불어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이뤄나가길 오체투지로 기도합니다. 


                                                                문규현 신부 드림

 

 

명과 평화를 위한 기도문


천지만물의 생명이시고 평화이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산상에서 선포하신 행복선언을 따라

하느님 나라를 일구는 그 모든 순례 길에서

저희도 진심으로 기뻐하고 즐거워하게 하소서.

저희가 받을 큰 상이 이미 그 길 위에 있고,

또한 하늘에 마련되어 있음을 확신하게 하소서.


성령이시여, 저희를 믿음 속에 있게 하소서.


마음이 가난하고 온유한 사람은 행복합니다.

연민과 동정으로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사랑과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선을 위하여 일하다 박해받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용기와 신념을 간직하는 이는 행복합니다.

옳은 일에 주리고 진리에 목마른 사람은 행복합니다.


성령이시여, 저희를 믿음 속에 있게 하소서.


하느님, 저희가 자리하는 곳 어디든 스스로 촛불로 봉헌되게 하소서.

자신을 태워 어둠을 드러내고, 또 다른 불빛들을 환히 밝히게 하소서.


하느님, 저희가 머무는 곳 어디든 스스로 소금이 되게 하소서.

이 사회와 공동체가 썩지 않도록, 건강함과 조화로움을 지키게 하소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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