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현 바오로 신부::또다른사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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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 10월 24일, 삼척에서 탈핵 행진과 미사 강론
 관리자  | 2012·10·26 22:23 | HIT : 2,389 | VOTE : 229

  

* 아래 글은 10월 24일, 시장 주민소환투표를 앞둔 삼척에서 하루 행진 일정을 마친 뒤, 저녁에 대학로 공원에서 거행된 미사 강론입니다.  

반갑습니다. 문규현 신부입니다. 또 왔습니다. 다시 오니 좋고, 또 만나니 힘납니다.  

이렇게 뜨겁게 만나려고, 새들도 쉬어간다는 저 높은 고갯길 문경새재를 넘어왔습니다. 사랑하는 님 보고 싶어 산 넘고 물 건너는, 애절한 연인의 심경 같지 않습니까.  

그래서인지 요샌 가끔 이런 말이 속에서 들려와요. ‘고맙다 이명박.’  동네방네, 사람, 자연, 지역 가리지 않고 아주 고루고루 파괴하고 분노하게 해준 덕에, 우리도 영역파괴. 네 아픔 내 아픔 가리지 않고 자꾸 만나고, 위로하고, 연대하게 됐습니다. 악이 만드는 긍정적 선물이죠.

      <생명평화대행진 중 삼척 대학로 공원에서 생명평화 미사중인 문규현 신부 ⓒ이우기>  

10월 5일, 제주 강정에서 출발한 생명평화행진단은 전라도 목포 해남을 지나, 경상도 부산 고리원전, 밀양, 청도 송전탑 저지 현장을 찾았습니다.

구미 불산 가스 누출 사고 지역도 방문했습니다. 사고를 당한 마을은 참담했습니다. 불산에 누렇게 타버린 가을들판, 나무와 농작물들을 봤습니다.  

굶주리며 죽어가는 가축들, 녹슨 건물들이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졸지에 몸만 빠져나와 환경 난민이 되었습니다. 정부나 지자체는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했습니다. 절망한 주민들은 결국 스스로 고향을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분들의 절규와 탄식 그리고 망연자실한 목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이게 대체 무슨 놈의 날벼락이냐. 자식들은 또 어떡하나. 차라리 전쟁이라면 돌아갈 수나 있을 텐데....

후쿠시마 재앙 축소판처럼 보였습니다. 불산 가스 누출사고만으로도 저 지경입니다. 그런데 이 땅에서 원전이 하나라도 터진다면 대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마치 예고편 보는 것처럼 끔찍합니다.  

구미 불산 가스 누출 참사는 개발독재와 성장 만능주의의 부메랑입니다. 구미공단은 바로 박정희 식 성장주의가 집약된 곳입니다. 사람보다 이윤을 안전보다 편리를 앞세워 돈벌이만 추구해온 시대방식이 결국 재앙으로 돌아왔습니다.

도시와 부자들이 싫어하고 혐오하는 나쁜 시설들이 시골사람들, 힘없는 사람들에게 던져집니다. 안전한 시설, 돈 되는 사업이라면 부자들과 도시사람들이 악착같이 다 차지하지, 외지고 머나먼 지역에 안겨줄 리 없습니다.

독점과 집중으로 소수만 살찌우는 경제, 국민 대다수와 지역경제를 희생시켜 재벌과 도시만 번창시키는 경제에는 미래도 희망도 없습니다.

구미 불산 가스 누출 참사는 바로 이 같은 낡은 체제, 낡은 가치가 파열되며, 새로운 시대, 대전환을 요구하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봅니다.

지금 우리는 수십 년을 지배해온 낡은 가치와 이별하기 위한 새로운 변혁기, 대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이제 국책사업의 이름으로 국민을 멋대로 희생시키거나 힘 있는 자들이 마음대로 밀어붙이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국민은 더 이상 일방적 희생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저기 밀양과 청도 외진 산골에서, 송전탑 건설을 막으려고 7년 째 싸우고 있는 칠팔십 노인들을 보십시오. 놀랍게도 이 할매들은, 싸울수록 씩씩해집니다. 회춘합니다.

인식의 변화도 놀랍습니다. 처음엔 내 땅, 내 마을 송전탑 문제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송전탑 문제의 뿌리에 원전이 있다는 걸 알고는 지금은 가장 용감하고 감동적인 탈핵전사가 되었습니다. 할매들은 앞으로 7년도 더 싸울 수 있답니다. 우리가 계속 관심만 가져주면, 재미나게 싸우고, 꼭 승리하겠답니다.

10월 17일에, 경남 남해군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유치 문제를 두고 공식적인 주민투표가 실시됐습니다.

주로 어민과 농민들이, 화력발전소는 바다와 땅을 죽이는 일이라고 결사반대했습니다. 농번기임에도 과반수 넘는 53.2%의 군민들이 주민투표에 참여, 51.1%가 반대표를 던져 전면백지화 됐습니다.

얼마 전 행진 중에 이런 소식이 날라 왔습니다. 교과부가 비밀리에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 연구용역을 맡겼는데, 용역 결과, 후보지로 전북 부안군, 부산 기장군, 강원 양양군, 충남 서천군이 올랐다는 것입니다.

어처구니없죠. 아시다시피 부안군은 지난 2003년에 중저준위 핵폐기장 유치 문제로 아주 큰 홍역을 치렀습니다. 이번엔 중저준위도 아니고, 고준위 핵폐기물이랍니다.

그런데 그 소식들은 부안군민들 반응이 웃겨요. “그래, 까짓 거 부안이 받자. 보내라. 해결해주마.” 다른 지역 여기저기 건드려서 괜히 쑥대밭 만들지 말고, 이왕에 상처 입은 부안에다 보내라는 거죠.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요. 이젠 겁날 게 없다는 겁니다.

 

<2003년 부안 핵폐기장 무효 이전 부안 주민들에게 행해졌던 공권력의 횡포 ⓒ에너지) 

지난 토요일에 서울에서 탈핵대회가 열렸습니다. 삼척, 영덕, 밀양, 청도, 부산, 울산, 경주, 영광 등, 원전 관련 지역들이 다 모였습니다. 대선 후보 문재인, 심상정 두 분도 참석했어요. 이 두 분이 발언하신 것, 짧게 들려드리겠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도시의 소비를 위해 지역을 희생시키는 에너지 정책, 서민의 희생으로 대기업의 과다전력소비 비용을 보조해 주는 에너지 정책 바로 잡겠다."고 했습니다. 심상정 후보는, “이제 탈핵은 이상이 아니라 시대정신이다. 이명박 정권의 방사능 삽질을 막아내고 이윤보다 생명이 소중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삼척 시민을 비롯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탈핵이라는 시대의 징표를 알아보고 예언자적 소명으로 희생하고 헌신해왔기에, 마침내 2012년엔 대선 후보들과 정당들이, 이렇게라도 선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디언들은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당장의 필요가 아니라, 적어도 7세대까지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 결정했다고 합니다.

좀 더 가봅시다. 좀 더 힘을 냅시다. 멀고 먼 길, 머나먼 미래 같던 일들이, 성큼 우리 앞에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진짜 현실 정책으로 실현되는 그날을 향해 최선의 기도, 최고의 수고를 더해봅시다.

오늘 복음에서는 낡은 것과 새것이 충돌합니다. 바리사이들은 낡은 체제, 낡은 방식, 낡은 정신을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옹호하고 반복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거침없이,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십니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 했다, 새로운 옷을 차려입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  

       <전국의 자연과 사람의 파괴와 아픔을 찾아 연대하며 춤추고 노래하면 희망을 노래하는 행진단 ⓒ이우기>

개발주의, 성장만능주의의 폐해가 극에 달하여 정의로움과 공존, 균형발전과 참된 민주주의로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소리로 꽉 들어찬, 바로 이 시대, 이 나라, 우리 모두를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러셨듯이 우리 또한, 고단하고 힘든 여정을, 노래하고, 춤추며, 치유하며 갑니다. 슬프고 아픈 현장에서, 위로와 연대의 축제를 벌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희생자가 아니며, 야만시대의 증거자입니다. 하라는 대로 하고, 되는대로 살아가는, 모래알 같은 개인이 아니라, ‘함께 살자’ 외치는 이 시대, 이 사회와 역사의 주역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행하는 지속적인 기도를 들어주시고, 끈기 있는 여정에도 함께 하시어, 우리의 간절한 꿈과 소망을 마침내 이루어주실 것임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원전 유치로 김대수 삼척시장 10월31일 주민소환투표 예정, 선관위의 감시로 홍보를 전혀 못한 행진단, ⓒ장현우>

 

 

<수많은 시민들과 추운 날 비오는 가로수 길을 걸어 서울로 가는 생명평화행진단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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