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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 핵 때문에 모든 것을 잃는 사람들-6월 19일 삼위일체대축일
 문규현  | 2011·06·18 09:55 | HIT : 3,779 | VOTE : 364

핵 때문에 모든 것을 잃는 사람들

             2011년 6월 19일 삼위일체 대축일

 탈출기34,4ㄱㄷ-6.8-9/코린토 2서13,11-13/요한복음3,16-18 

 

“문규현 신부님 카페 이름이 ‘그래도 희망입니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원전 때문에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이들에게도 그 말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리즈미 다카시 선생이 전북 강연에서 남긴 말입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울컥했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얘기할 수 없는 이 비극적인 현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때문에 오염지역이 되어버린 마을의 주민들이 겪는 고통과 절망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리즈미 다카시 선생은 특히 후쿠시마 원전 폭발 지역에서 40여 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을 기록해왔습니다. 그곳은 오랫동안 공들여 척박한 땅을 옥토로 만들고, 낙농을 고급화해서 이제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다른 마을에선 찾기 힘든 젊은 농민들이 정착하여 꿈과 미래를 키워가던 마을이었습니다.  

그러나 방사능 오염은 농민들이 정성들여 키우고 출하해오던 시금치, 고사리, 꽃 등, 마을 특산물들을 순식간에 출하금지 당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유도 판매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료 살 돈이 없어 먹을 것을 줄여도 젖소들은 제 몸을 축내가며 우유를 만들어냈습니다. 농부들은 버리기 위해 우유를 짜야 했습니다. 결국 마을의 모든 소들은 도축 당했고 주민들도 마을을 떠나야 했습니다. 이 지역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쓰지도 않는 곳이었습니다.  

“한국으로 오기 위해 공항에 가던 중, 그곳 농부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웃 농부가 자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벽에는 ‘원자력 발전만 없었다면....’이라는 말을 적어 놓았답니다.” 

모리즈미 선생은 이 얘기를 하며 목이 잠겼습니다. 부산강연 때는 통역자도 결국 울었습니다.  

구 소련의 핵실험장인 세미파라친스크 피폭자들의 참담한 이야기, 이라크 전쟁 때 쓰인 열화 우라늄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 이야기 등등, 모리즈미 선생이 사진에 기록해온 핵의 결과와 고통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났습니다. 그동안에는 핵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대한 이야기나 공포가 과장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결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그조차도 극히 일부분이었으며, 더 충격적인 내용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원전이 있는 세상 어디든 삶의 터전과 사랑들, 모든 꿈과 희망을 순식간에 앗아갈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모리즈미 선생은 말합니다.  

다른 나라 핵 피해자들을 취재하다 이제는 자기나라 국민들이 겪는 고통을 기록하고 있는 그 심정이 오죽하겠습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핵’과 관련된 것이니 말할 나위 없겠지요. 이 후유증은 사건이 터진 시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래진행형이니까 더욱 힘든 것입니다.  

삼일 동안 함께 다니며 그분 강연을 반복해서 들었지만 매번 새로웠습니다. 또 그분의 소명의식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전 문제가 이웃 나라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절박한 현실이요,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국과 일본의 모든 평화 일꾼들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핵은 ‘악’입니다. 그 악으로부터 이익을 취하고 악의 죄상을 외면하는 것도 악일 수밖에 없습니다. 

귀한 분 모시고 귀한 얘기와 귀한 나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에 하느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간절하게 마음 모아 하느님께 청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길 기도합니다. 핵을 넘어서는 세상은 가능하다고, 핵이 없어도 살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다고 선언하는 우리들이 더 많아지길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 문규현 신부 드림

모리즈미 다카시 강연 요약  http://blog.daum.net/paulmun21/8446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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