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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 헛것 보는 사람들-4월 22일 부활 제3주일
 문규현  | 2012·04·22 00:00 | HIT : 2,862 | VOTE : 311

헛것 보는 사람들

2012년 4월 22일 부활 제3주일

사도행전3,13-15.17-19 / 요한 1서2,1-5ㄱ / 루카복음24,35-48 

‘헛것’이 보인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기가 허해져서 그렇다고 하지요. 심신이 약해졌을 때 그런 현상이 생긴다고들 말합니다. 몸의 중심이 흔들리거나 약해졌다는 것인데 특히 정신이 튼튼하지 않으면 제대로 볼 줄도 들을 줄도 모르게 되고, 판단력도 흐려집니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 존재와 삶이 망가지는, 자신이 헛것처럼 껍데기로 살게 되는 것입니다. 요새 한창 시끄러운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좋은 사례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찾으시고 그들 한 가운데에 서셨습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이 길가에서 만나 뵌 부활하신 주님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중이었습니다만, 막상 예수님께서 자기들 앞에 서시자 “유령!”이라고 기겁합니다. 귀신, 헛것이 나타난 거라며 혼비백산입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나를 유령취급하지 말라고 손과 발을 내어주시며 봐라 봐라 하십니다.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나는 너희와 같은 인간이다, 보다시피 이렇게 살과 뼈가 있지 않냐 하시니, 참으로 인간적입니다. 게다가 제자들이 기뻐하거나 말거나, 폼 안 나게 먹을 것까지 달라십니다. 몹시 허기지셨는지, 제자들이 드린 구운 물고기 한 토막을 받아 그들 앞에서 잡수십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살아생전 제자들과 함께 하던 일상을 일깨워주는 눈높이 행위셨습니다.  

제자들에게서 우리 모습을 봅니다. 진짜를 보고서도 헛것이라고 생각하는 제자들. 주님께서 직접 증거를 내보여줘도 믿지 못하는 제자들. 보고 싶은 만큼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좁은 사고와 한계에 갇혀 우왕좌왕하는 모습들. 다 우리 모습입니다. 제자들은 주님 살아생전에도, 주님 돌아가신 뒤에도 주님의 가르침이 튼튼한 삶의 기준이요 근원이고 중심이 되게끔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그저 과거지사가 되어 본인들 앞에 나타나신 예수님조차 몰라볼 정도로, 육신은 멀쩡해도 정신이 혼탁해졌습니다.  

감사한 것은 그래도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다시 찾아주셨다는 것입니다. 한없는 사랑의 실체입니다. 일찍이 인간의 몸으로 세상 한 가운데 탄생하신 그분께서, 부활하신 뒤 다시금 인간들 가운데 서신 것은 제2의 강생, 육화사건입니다. 복음은 제자들이 길에서 주님을 만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에 서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제자됨의 회복과 치유, 그리고 제자다움의 길이 이제 본격적으로 막이 오릅니다. 다시 시작하라. 새로 시작하라. 길을 가라. 길 가기를 멈추지 마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라고 하십니다. 그분의 일은 어느 경우에도, 어떤 역사에도 멈추지 않습니다. 멈추는 건 오직 사람뿐입니다. 그분의 일을 멈추지 않는 자가 하느님 역사의 참 증인, 참 제자가 됩니다. 루쉰의 ‘희망’에 대해 들려드립니다.   

희망이란, 원래부터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없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으나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그것이 길이 되었다.  

하느님께서는 죽음의 문턱에서 문정현 신부님도 살리시고 저도 살려주셨습니다. 좋은 날 꼭 보고, 힘들고 고통 받는 사람들 웃고 위로받는 것도 꼭 보고가라는 신의 배려일 것입니다. 저도 힘내고, 여러분도 힘내고, 같이 힘냅시다. 중요한 건 남이 뭘 해줄까 기대하지 않고, 내 스스로 힘을 내는 것입니다. 내 정신이 튼튼해져야 어떤 상황에서든 휘둘리지 않고, 맑고 굳은 정신을 유지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자기 힘을 키우지 않는 것이야말로 헛것을 자라게 하는 자양분이요 자신을 껍데기로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우리 자신의 힘으로 오늘 이 순간을 좋은 날 만들고 그 날들을 두루 모아서, 모두에게 더 크게 좋은 신명나는 날 만들어봅시다.  

                            - 문규현 신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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